In The Mood For Love, 2000

 

 

 

# 이게 그렇게나 유명한 영화였나?

 

내가 화양연화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던 것은 여자친구와 카페투어를 하고 있는 시기에 방문했던 카페의 이름이 화양연화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뜻이라는 단어로 꽤나 널리 알려져 있었다.

카페에 다녀온 것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위해 몇몇 검색을 하던 와중에 같은 제목으로 영화도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영화 역시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많이 유명해있었다. 여자친구도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고 했고 기회가 되어서 같이 보게 되었고 뭔가 신선하고 매력적이 점이 많은 영화였다.

 

 

 

# 생각보다는 단순하고 진부했지만 가볍지 않았던 스토리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는 2000년에 개봉해서 벌써 20년도 더 지난 영화였다.

그래서 그런지, 멜로영화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스토리 자체로는 진부하며, 더 나아가 식상했던 부분도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녀의 배우자들이 모두 불륜이 일어났고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종류의 스토리가 담긴 작품은 정말 무수히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딘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점을 보였다. 강렬한 레드의 색감 표현이나 너무나도 잘 꾸며진 60년대 홍콩의 미장센 그리고 특색 있는 구도도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훌륭해서 그런지 결코 스토리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만 보면 정말 어려울 것도 없는 내용인데 이상하게 내용 이해가 빠르게 되지 않았고 애매 모호한 부분도 있었다.

나만 이해가 잘 안 되었던 건가 싶어서 내용 검색을 해 보았는데 역시 쉬운 영화가 아니었다. 초반이 굉장히 중요하고 순간순간의 흐름을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적힌 글도 보았다. 스토리는 단순한데 그걸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지 단점으로 작용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멜로영화와 차별점이 생긴 것 같아 더 괜찮은 것 같다.

 

 

 

 

# 빈티지한 60년대의 홍콩을 느낄 수 있었던 왕가위감독의 미장센

 

화양 연화를 보는 내내 빈티지스러운 60년대의 홍콩의 모습에 매료되어버렸다.

요즘 이상하게 자꾸 옛날 것들이 좋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 이 영화는 이런 나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영화였다. 비슷한 영화로 엽문이나 인생, 마지막황제등을 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화양연화는 노이즈가 있는 영상들이 마치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느낌을 주었고 빈티지스러우면서도 화려한 홍콩의 모습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60년대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굉장히 고급스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왕가위 감독은 중요하고 무거운 부분에서는 소품이나 의상들을 모두 레드로 통일하여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작업실이나 사무실 혹은 술집 등만 봐도 참 옛날시대라는걸 느낄 수 있는데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인위적으로 옛날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진 그런 느낌의 영상들이었다.

 

 

 

우리나라의 80년대 같기도한 홍콩의 사무실 느낌
뭔가 이상하게 이 장면이 섹시해보인다.
빈티지스러운 소품들
굉장히 빈티지하면서도 느낌이 있다.
흉내낼 수 없는 레트로스러운 찻집
60년대에 저정도 식당이면 당시에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였을까?
세트장에서나 볼 법한 홍콩택시
자욱한 담배연기가 마치 CF의 한 장면같다.
화면의 노이즈와 고급스러운 조명의 조화
옛날 할머니집에서 본것 같은 버선같은 슈즈
묘하게 옛날 느낌이 난다..
화려하고 강렬하다.
낡은 식당이지만 누추해보이지는 않다.
구도와 화면에 맺힌 노이즈가 매력적이다.
세트장처럼 화려한 60년대의 홍콩

 

 

 

 

# 완벽한 몸매를 지닌 장만옥, 남자가봐도 너무 매력적인 양조위

 

나는 홍콩의 배우들을 많이 알지는 못한다. 양조위는 색계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장만옥은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배우였다. 그런데 정말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의 몸매는 모델 이상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선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가 대단했다. 얼굴도 예쁘긴 했지만 몸매가 워낙 뛰어나서 얼굴이 도드라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양조위도 정말 홍콩에서 몇 안 되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인 것 같다. 키가 약간 작아 보이지만 뭔가 양조위에게는 다양한 매력들이 있는 듯하다. 아직 양조위가 나온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봐도 참 매력이 넘쳐 보인다.

단순히 잘 생긴 배우들은 지금도 너무나도 많지만 본인만의 매력을 가진 배우는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양조위는 뭔가 차가울 것 같으면서도 따뜻해 보이고 그리고 슬퍼 보이고.. 표정에 많은 감정이 들게 하는 배우다.

특히 웃음이 정말 매력적인 배우이다. 이런 배우들과 왕가위 감독이 만나서 멜로를 찍었으니 영화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만 같다.

 

도촬하는 듯한 장면에 매혹적인 모습의 장만옥
남자가 봐도 정말 멋져보이는 중년의 매력 양조위

 

남자가봐도 참 잘생겼네..
차가운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웃는 얼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양복과 전통의상이 이렇게 잘 어울릴수가 있나?
대조적인 상황이 인상깊다. 역시 웃을때가 보기 좋다.
간단한 대본리딩도 이 둘이 있으니 화보같다.
거울에 비친 장만옥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치파오가 참 잘어울리는 장만옥
몸매가 정말 미친것 같다.
차가운표정의 양조위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장만옥의 웃는 얼굴..괜히 슬프네..
사랑은 누구나 다 아픈것 같다.
잘생겼다..

 

 

 

 

# CF의 한 장면 같은 슬로모션, 굉장히 신선했던 구도 그리고 OST

 

왕가위감독의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가 인상이 깊고 높은 완성도로 지금까지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배우가 예쁘고 잘 생겨서가 아니였을 것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화양연화는 이미 2번이나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나도 보는 내내 필름 카메라 같은 노이즈가 낀 영상들, 완성도 높은 60년대 홍콩의 미장센에 신선함과 매력을 느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서 슬로우모션이 꽤나 많이 나오는데 보통 영화내에서 슬로우모션은 액션영화에서 액션효과를 더욱 증폭시키기 위해서 자주 활용되는 것을 보았는데 이 영화는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슬로우 모션을 사용했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일 뿐인데도 멋진 OST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CF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런 장면들이 꽤나 빈번하게 나왔고 사용되는 OST도 매우 한정적이어서 금방 질리기도 하였고 조금 과한 느낌도 받아서 이 부분에서도 호불호가 갈렸을 것 같다. 나중에는 굳이? 이 장면에서 이런 연출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같은 OST가 나오는 건가.. 좀 질린다..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영화에서 느와르같은 느낌의 연출을 했다는 점에서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구도가 정말 신선했다. 20년 전에 이런 구도와 색감을 가졌다니..

우선 구도는 피사체 앞에 초점이 맞지 않는 또 다른 피사체까지 촬영영역에 포함시키면서 마치, 제삼자가 지켜보는듯한.. 아니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그냥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누군가가 지켜보게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했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구도를 가진 장면들이 꽤나 많이 등장한다.

 

 

음악없이 봐도 매력적인 슬로우모션
구도가 정말 지금봐도 세련되었다.
도촬하는 듯한 구도도 마음에 든다.
정말 몸매가 말도안되네..
몰래 훔쳐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저렇게 화면을 방해하는 피사체는 없었을 것이다.
먼 피사체를 촬영할때 항상 카메라 가까운곳에 또 다른 피사체가 위치한다.
망사커텐에 희미하게 보이는 둘의모습이 참 아련하면서 애뜻하다.
조명과 거울에 미친 장만복의 모습이 참 예쁘다.
이런 구도도 참 좋다.
뭔가 대놓고 도촬같은데..
이런 구도와 색감도 참 마음에 든다.

 

 

 

 

# 평범하지 않고 매력적인 요소가 참 많았던 화양연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역시 이 영화에는 볼거리도 많고 신선했던 부분과 매력적인 요소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반복되는 OST와 연출기법 그리고 비슷한 촬영 구도 등은 처음에는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조잡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스토리도 뭔가 모호한 부분도 있고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본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고 꽤나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원래 색계를 보고 글로 남길려고했는데 어쩌면 색계보다도 더 매력적인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양연화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평점
8.6 (2000.10.20 개봉)
감독
왕가위
출연
장만옥, 양조위, 소병림, 반적화, 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