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시골가고싶어지게 하는 힐링영화 [리틀포레스트 : Little Forest,2018]
# 쉼터같이 은은하게 흘러가는 잔잔한 분위기
리틀포레스트는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가 한창 극장에서 매달 영화를 챙겨볼 시기에 이 영화를 보게되었는데 영화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영화자체가 내 스타일이 아니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보지는 않았다. 아마 이 시기에 마땅히 볼 영화가 없어서 그냥 이걸 보았던 것 같은데 하지만 영화를 모두 보고 난 후의 나의 마음은 바뀌었다.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가 넘쳐나는 지금 이렇게 심심하면서 잔잔하고 그런데 지루하지 않은 리틀포레스트는 나에게 굉장히 신선했고 꽤나 긴 여운을 주었다. 오죽하면 이 영화촬영지를 꼭 한번 방문을 해보는것이 버킷리스트가 될 정도였다.
너무나 바쁘게 지나가는 현대사회속에서 이 영화는 마치 쉼표같은 느낌이었다.
#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다양한 요리와 깔끔한 영상미
이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심플하다.
도시생활에 지친 한 소녀가 고향으로 내려와 잠시 휴식을 갖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고향친구들과 만나고 직접 재배를 한 재료들로 요리를 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심심하게 비춰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담백하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하여금 주인공처럼 같이 휴식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게한다.
그렇다고해서 아에 볼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볼거리중 하나가 직접 재배한 재료들로 요리를 해먹는데 그 영상미가 정말 깔끔하여 군침이 돋을정도로 맛들어지게 표현했고 요리를 하는 과정또한 요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미가 있어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지게 할 정도로 괜찮은 볼거리였다. 요리는 아마도 이 영화의 메인테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이야 요리전문 유튜버들이 나와서 ASMR을 곁들여 요리하는 과정을 멋진 영상으로 나타내고 있고 리틀포레스트는 아마 그런 영상들의 영화버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 오코노미야끼 -
- 파스타 -
- 즉석떡복이 -
- 타르트 -
- 수제막걸리 -
- 토스트 -
- 팥케잌 -
- 배추국과 배추전 그리고 채소튀김 -
# 계절
리틀포레스트의 매력은 군침도는 음식뿐만이 아닌 시골에서의 사계절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에서야 계절의 변화가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시골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각 계절의 매력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식보다는 계절의 변화를 보는것이 더 즐거웠다. 내가 시골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특히 극명하게 갈리는 계절인 여름과 겨울의 표현이 좋았다.
두시간의 러닝타임이 아쉬울뿐이었다.
- 봄 -
시골에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인 봄.
봄은 깨어남을 의미하며 새로운 출발을 뜻한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농촌의 경우에는 한해농사의 시작을 봄에 하기때문에 매우 분주하며 활기가 차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자라서일까? 영화에서는 그 활기찬 모습이 전부 다 담기지 못한것 같아 아쉽시도 했다. 그렇게 밝다는 느낌을 받지도 못했다. 여름과 겨울은 서로 뚜렸하게 상반이 되지만 농촌에서는 겨울의 반대는 여름이 아니라 봄이다. 겨울은 모든 농사를 마치고 겨울잠을 자는것처럼 푹 쉬는계절이라면 봄은 그 밤을 깨우고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다. 봄의 느낌이 좀 더 산뜻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은 든다.
- 여름 -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계절이 여름이었다.
여름특유의 자유로움과 활발함 그리고 찌드는 더위까지 너무 표현을 잘했고 그 느낌을 잘 살렸다.
역시 시골하면 여름이다. 무더위속 밖에서 먹는 수박과 냉커피 그리고 밤에 어딘가에 앉아서 먹는 그 느낌이 좋다.
비록 지금은 시골에가도 저렇게 밤에 밖에 나갈 수는 없지만 영화속의 그런장면들을 보면서 괜히 그립고 추억이 되 살아나서 아련한 느낌까지 들었다.
반대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와는 달리 비가 계속 내리는 장마철의 분위기도 매우좋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시기에는 비가 내리는날이 너무 특별해보인다.
한달에 한번 내릴까말까이다. 즉, 한달에 한번 세상이 변하는 날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비가 내리는것이 무엇이 특별한지, 비가 내리면 그 특유의 눅눅함이 싫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 분위기 자체가 좋다.
특히 이런 시골집 안에서 밖에서 주륵주륵 내리는 빗방울을 멍때리면서 보는것만큼 좋은것이 없다.
나의 이른 생각들을 이 영화에서 너무 잘 표현해주었다.
- 가을 -
시골에서의 가을은 한해농사의 마무리를 하고 수확을 얻는 계절이다. 들판은 황금으로 변한다.
주인공이 특별히 농사를 짓지 않아서 이게 크게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황금벌판을 보는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 외에는 크게 인상깊게 남은것이 없다.. 음..
- 겨울 -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나타내는 계절인 겨울.
활기찬 여름과는 정반대로 차분하고 쓸쓸하기까지하지만 온 세상이 눈으로 덮힌 모습을 보는것만으로 매우좋다.
특히, 집에 걸린 곶감은 하얀눈과 색감적으로 너무나 잘 어울렸다. 스토리또한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맞게 차분하고 쓸쓸했다. 그래도 눈이 저렇게 쌓이는것 하나만으로도 시골에서의 겨울은 존재가치가 있다.;
영화중에 집에 먹을것이 없어서 갑자기 앞마당에 나와서 배추를 뽑아서 배추국을 해먹는 연출은 조금 오버스러워서 너무 힐링을 하는 것처럼 연출을 한것처럼보여 민망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상황이라지만..음.. 글쎄.. 그 장면은 크게 공감되지 못했다.
# 영상미
리틀포레스트는 힐링영화답게 영상미가 깔끔하다.
시골에 덩그러니 하나 있는 작은집에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되지만 답답하거나 그런 느낌없이 정말 시골스럽고 정겨운 느낌이 잘 뭍어났다. 특히, 부엌의 경우에는 미리 준비한 스튜디오라고해도 믿을정도로 깔끔하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카메라구도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정말 저 작은집 한공간에서 어떻게 이렇게 멋진 영상을 만들어내는지 대단하다.
일본원작을 본적은 없지만 비교영상을 보면 영상미만본다면 리메이크된 한국버전이 더 예뻤다.
특히 밤에 불이켜진 집의 모습은 예술이다. 어렸을적에 밤에 손님들이 찾아오고 북적거렸던 느낌이 되살아나는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 김태리도 좋았고 나머지 배우들도 잔잔해서 좋았다.
영화 자체가 은은하고 심심하다. 이런 컨셉의 영화속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오버스럽거나 힘이 들어가면 뭔가 이질적이고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을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도 거슬림없이 좋았다.
나는 연기력을 평할정도로 수준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내 기준에도 몰입에 방해가 되는데 김태리와 류준열 그리고 김태리친구분.. 처음보는 배우였는데 연기가 앙칼졌다. 암튼 이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 과하게 잘하지도 않고 그냥 잔잔하게 영화에 스며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태리도 김태리지만 김태리친구역으로 나온 배우가 이상하게 인상깊었다. 영화를 보면 매번 나오는배우들만 나오고 그들의 발성이나 연기톤까지 짐작이 되어서 오히려 밋밋하고 예상가능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저렇게 처음보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주었을때에는 더욱 눈이가게된다.
그리고 당연히 김태리 역시 이 리틀포레스트에서 굉장히 예쁘고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김태리가 나온 영화를 몇번 보긴했지만 이 영화가 가장 예쁘게 나온것 같다.
개인적으로 승리호에 나오지말지...
암튼 영화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거슬리지 않고 괜찮았고 케미들도 좋았다.
# 전체적으로 좋긴한데 어딘가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던 리틀포레스트
확실히 자극적인 영화가 넘쳐나는 지금 이렇게 쉼표같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것만으로도 참 좋다.
하지만, 이런 컨셉때문일까? "뭔가 이 영화는 힐링영화야! 니가 이 영화를보고 힐링을 해야돼! 마음이 편해지지?" 라는걸 주입시키기라도 하듯 과하게 힐링적인모습을 연출하는 모습은 아쉬웠다.
심지어 요새 시골에서도 안하는걸 하는 모습들이 몇몇보였다. 특히 기왓장공사를 여자몸으로 혼자하는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도 전체적으로보면 현실과 영화모두 시끄럽고 자극적인 세상인 지금 리메이크이지만 이렇게 쉼표같은 영화가 나온다는건 칭찬할일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내내 예전에 우연히 보고 너무나 기억이 남았던 서쪽으로 튀어가 생각이 났다.
뭔가 아무생각없이 봤는데 계속 잔잔하게 여운이 남고... 사실 서쪽으로 튀어쪽이 더 여운이 깊게 남는다. 공교롭게도 그 작품도 일본의 리메이크작품이다.
매번 비슷한 느낌의 양산형영화가 아닌 감독과 영화의 색이 확실히 나타나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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